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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28

#현우의500자 _28


중학교 1학년이었음에도 몸무게는 70kg을 육박하고 있었다. 내가 등나무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올라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졌다. 혼자 하기 힘들 듯 하여 몸무게가 가벼운 친구 한 명을 꼬셨다. 서로 의지하며 등나무에 올라갔고, 발 밑에서 우둑투둑 등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무서웠다. 하지만 종이비행기는 등나무 곳곳에 있었기에 등나무 위를 걸으며 종이비행기를 줍기 시작했다. 교실 창문에서 친구들은 비행기들의 위치를 친절히도 알려준다. 한참을 줍던 중 잠시 고개를 들어 등나무 중간에 섰다. 이때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 푸른 구름이었고 종이비행기가 날았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는 푸른 구름 위에 서서 친구와 선생님과 시간과 나를 잊었다. 파란 구름과 붉은 청춘과 하얀 종이비행기는 사진보다 선명히 추억과 기억으로 남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지하고 싶은 순간은 사랑처럼 다가왔다. 삶에서 예상치 못한 것도 반갑게 맞아들이기 시작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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