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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31

#현우의500자 _31


성냥불을 붙인다. 가벼운 마찰음이 난 뒤 그 끝에서 불길이 인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불꽃은 천천히 타오르며 어떤 형체를 갖춘다. 간단히 그릴 수는 없는 형체다. 불꽃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인간에게 그 설명은 너무 어렵다.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여유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성냥의 불꽃은 어딘가에 불씨를 옮기거나 계기가 되거나 그것도 아니면, 장난이다. 라이터는 느끼지 못하는 존재의 소멸을 눈 앞에서 보고 있노라면 다음의 것, 다음의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한 시인은 연탄재 발로 차지 말라 했지만, 나는 연탄재에 불을 붙이는 성냥 한 개비를 입으로 불지 말라 말하고 싶다. 내 손으로 훌훌 털어 보내주길. 성냥을 털어 끄면 소리가 난다. 화르락화르락. 불꽃이 새가 되어 그 날개 소리가 들린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 소리와 함께 불꽃은 새가 되어 날아간다. 형체를 설명할 수도 없고, 그 이후의 어떤 일이 기다리는지 모를 그 순간, 성냥불은 화르락 새가 되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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