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48
눈 앞이 까맣게 보였다가 다시 하얗게 변했다. 숨을 제대로 쉬어보려 해도 등과 가슴을 누군가 꽉 누르고 있는 듯 하다. 친구들이 모여든다. 괜찮냐는 말 한 마디가 내 귀를 스쳐 지나간다. 쿨럭임도 없이 멍하니 몸을 바닥에 늘인 채 누워있다. 엄마한테 옷 더럽혀졌다고 혼 나겠구나.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옷 걱정을 하고 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한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보처럼 들려온다. 코 끝에서 눈물 맛이 났다. 시큰하면서도 달콤한 맛이다. 눈물이 방울방울 흐른다. 눈물이 흐르니 죽은 것은 아닌가 보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친구들의 얼굴과 하얀 하늘과 코끼리 코다. 코끼리 코 4개가 보인다. 내가 이렇게 누워 있기 직전에 나는 저 위에 서 있었다. 손을 놓고 타보겠다며, 뒤로 타보겠다며 손을 놓았고 지금은 벌러덩 눈물을 흘리며 누워 있다. 다시는 타지 말아야지 하며 또 다시 나는 코끼리 등을 탈 것이다. 그렇게 고통은 도전의 실마리를 어렸던 나에게 던져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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