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50
돌고래들이 섬 뒤에 나란히 서 있다.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은 듯 가로로 줄지어 있다. 섬은 고향 바다에 떠있는 돝섬이다. 맷돼지의 전설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옆에서 보면 꼭 거북이 같다. 목을 주욱 뺀 거북이가, 넓은 바다를 향해 누워 있다. 대양을 갈망하는 거북이 옆으로 돌고래들이 마산항을 향해 엉덩이를 삐죽이 내밀고 있다. 빨아도 나오지 않는 거북이의 젖을 대하듯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아래위로 출렁이는 돌고래들의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여름 날 태풍 전야의 풍경이다. 진해에 있는 해군 함대는 태풍이 오기 전 날, 항상 함선들을 고향 바다 앞으로 보냈다. 돝섬에 가리어 합포만은 높은 파도가 일지 않았다. 육중한 회색 몸뚱이 위에 적힌 검은 숫자들이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전함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다른 이름을 가진 돌고래 몇 마리. 나라를 위한 군함이었고, 해군 수병에게는 자신의 집이었을테지만, 나에게는 태풍 직전의 여름의 시간, 미끈한 돌고래를 상상하도록 하는 추억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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