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55
책을 읽다, 모든 것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책은 나무가 죽은 뒤의 산물이다. 나무가 죽어 갈기갈기 찢겨진 것을 얇게 펴 만든 것이 종이이고, 그것에 글을 새겨 넣은 것이 책이다. 책에 들어가는 내용 역시 그렇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이 적은 책의 내용은 지금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사람들로부터의 직간접의 영향을 받아 적게 된 것이다. 책 뿐만 아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선 식재료의 죽음이 선행된다. 소와 닭과 돼지가, 채소와 곡물이 죽어 지금의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에게 연장의 기회를 준다. 눈에 보이는 것만 그럴까. 지금은 당연히 생각하는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는, 과거의 투사들이 흘린 피의 지도이다. 찢기기도 하고, 죽은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아 남게 된 최대 혹은 절대 다수의 행복을 위한 길이다. 사람의 삶이란, 정자와 난자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모든 것의 죽음으로 유지된다. 모든 것을 죽여야만 살아가는 인간은 무엇을 살릴까. 사람은 목적일까, 수단일까. 대답은 섣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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