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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58


한 여인의 목놓아 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울음 소리는 도림천을 휘감아 흐르는 물소리에 잘 들리지 않는다. 추적추적 비도 내린다. 여인은 도림천의 중간에 옷을 입은 채로 하반신을 담그고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를 위로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 역시 흐르는 물에 자신의 다리를 내맡긴 듯 허리 아래는 보이지 않았다. 여인은 왜 저렇게 구슬피 울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 도림천 가운데 앉아서 저렇게 울고 있었던 걸까. 저녁 산책을 하던 나를 사로 잡았던 슬픔의 무게는 옷을 적시는 비의 무게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슬픔을 드러내는 것이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허락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의 슬픔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의 대상이 되기 보다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호기심이 해소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슬픔을 잊어간다. 박제된 슬픔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몇 년 전 우연히 다가왔던 슬픔의 활기는 나도 목놓아 울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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