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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60

#현우의500자 _60


다음 참가자 나오세요. 안녕하십니까. 권현우입니다. 네. 노래하세요. 아, 예.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뿌려요. 사랑이 싹틀 수 있게. 수고하셨습니다. 예? 다음 참가자. 다음 참가자요. 관객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20살 때 고향에서 있었던 전국 노래자랑 예선이었다. 시청에서 열린 예선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당시 나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에, 잠시 시간을 내어 예선을 다녀 왔다. 마이크를 든 손에는 휘발유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어릴 적부터 노래 잘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다시는 없을 것 같은 기회라 생각해서 나가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바쁘게 진행되는 예선에서 하얀 무대 위에 꽃씨만을 뿌리고 거두지도 못한 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주유소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난 뒤였다. 아시던 아주머니께서 전국 노래자랑 예선 때 나를 보셨다며, 노래 잘 부르던데? 하고 웃으며 이야기해 주신다. 민망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웃을 수 있는 기억을 준다는 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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