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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61

#현우의500자 _61 


공약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일은, 내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을 생각하는 시도였다. 고민 끝에 대표 공약으로 '성평책'을 내세우기로 했다. 국사 시간에 배운 탕평책이 공약의 사상적 그리고 역사적 기반을 제공했다. 영조와 정조가 시행했다는 탕평책은, 당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뽑아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일종의 대타협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성평책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학교로부터 성적에 따라 차별을 받는 것을 없애 나가겠다는 의미에서, 성평책이라 이름 붙였다. 내가 중학교를 다니는 해를 마지막으로 고향에선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연합고사가 치러졌다. 앞으로 있을 수많은 모의고사와 수험 생활에 중3 친구들의 기는 이미 죽은 듯 했다. 내 공약을 듣는 선생님들의 생각은 어땠을지 모르나, 학생들은 내 공약을 받아들이기도, 또 때론 웃음거리로 여기기도 했다. 선거 결과는 보기좋게 3등. 그때도 지금도 변하지 않은 건, 사람을 보자는 외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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