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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62

#현우의500자 _62


고모들은 울고 계셨다. 한번도 그런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낮게 깔린 슬픔과 그것을 헤쳐 나가고자 하는 큰 울음소리 사이로 빗소리가 들렸다. 비가 내려 슬픈걸까. 할아버지의 얼굴은 무언가가 덮혀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앉은 자리 앞에 할아버지의 오른쪽 다리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일부러 내어 놓은 것은 아니었을테다. 가까이 다가가 할아버지 다리를 매만져 본다. 차가웠다. 불룩 튀어나온 정강이 뼈를 손가락으로 통통 두드려 본다. 할아버지의 고함소리도,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둘러싸고 온 가족이 울고 있었지만, 나는 혈기왕성하셨던 할아버지가 가만히 계신 것이 더 신경이 쓰였다. 두드려도 대답이 없는 그것이 죽음이라 생각했다. 무엇이 죽음인지도 모를 8살의 나에게 대답없음은 곧 죽음이었다. 이후 몇 번의 죽음과 마주하며 익숙해졌지만, 불러도 두드려도 대답없음은 쉬이 익숙해 지지 않았다. 대답이 삶의 증거라는 것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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