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67
울음이 그친 뒤, 우주를 만났다. 눈물로 범벅이 된 손등에 두 눈을 파묻은 채로, 코에 시큰함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가온 우주는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도 잊을 만큼 넓은 세계를 보여주었다. 붉은 선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방사형의 은하수에서 빠르게 도는 작은 별들을 보았을 때 다물어진 입 사이로 와, 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났다. 모든 것을 빨아당긴다는 블랙홀을 몰랐을 때였지만 내가 가진 슬픔과 친구들과의 다툼과 잠을 깨운 사람에게 내는 사소한 짜증들이 내 눈 앞의 우주에서 사라져갔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우주 안에서 삶의 무중력을 느끼며 둥둥 떠다니는 나를 보았다. 귀는 열려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적막과 그리고 또 적막. 빛과 그리고 또 빛. 단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이 아닌 우주가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코 끝의 알싸함이 사라지고 난 뒤 고개를 들어, 한 동안 머물러 있는 우주의 잔상이 내 책상과 하이얀 벽들에 비추어 보았다. 현실은 우주보다 더 막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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