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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69

#현우의500자 _69


리듬을 붙여,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졌다. 내가 벽 쪽에 자야한다. 자기 전에 마신 소주 덕에 몸은 다소 열을 내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 있었지만 입김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잠을 자기 위한 준비를 위해 더러운 양말과 빨래는 한쪽 구석으로 밀어넣는다. 주인만이 판단할 수 있는 저것들은, 발 밑에 뭉쳐있는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불을 턱끝까지 당기고 각자가 획득한 자리에 눕는다. 좁은 옥탑방에 남자 4명이 어깨를 붙이고 누웠다. 불을 끄고 누워있으면 숨소리만 들린다. 어둠 속에서도, 용이 된 입김이나 램프에서 튀어나온 시간탐험대 바바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하하하하. 한참을 자던 중, 나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다. 벽에 내 볼이 살짝 닿은 탓이다. 추위도 못 막는 못난 벽. 추위도 못 참는 못난 볼. 얼른 여의주를 모아야겠다. 램프의 바바에게 협박이라도 해야겠다. 잠이라도 푹 자게 해달라고, 겨울을 없애달라 잠꼬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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