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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68

#현우의500자 _68 


4층의 교실에는 자판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규칙적인 웅웅거림이 사라지면, 다시 고요의 시간이 다가왔다. 12시가 가까워질 즈음 경비 아저씨께서 앞문을 여신다. 스드륵. 아직 집에 안갔나? 예. 쫌만 더 하고 갈라꼬예. 얼른 집에 가라. 집에 갈 때 밑에 불도 다 끄고 가라이. 예. 알겠심니더 12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각, 교실의 불을 모두 끄고 한 층 한 층 내려가며 복도의 불을 다 끄면 어둠이 공포보다 진하게 밀려온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어둠 속에서 가끔 열린 창문틈 사이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본관의 문을 나와 운동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학교 음악실이었다가 지금은 전교에서 20등 안에 들어있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기숙사가 된 건물의 불빛이 비친다. 친구들이 내는 악의없는 소음들이 운동장 바닥을 타고 내 귀에 들어온다. 나는 들어가지 못한 기숙사의 불빛은 별보다는 낮은 곳에 있었지만, 내가 바라보기에는 충분히 높은 곳에 있었다. 고2 늦가을의 철없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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