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70
이봐들, 음식이랑 물은 다 싣었나? 아직 타지 않은 선원은 없는거지? 그럼, 닻을 올리게. 오랫동안 닻을 내려 놓았으니 올리기 쉽지 않을걸세. 그래도 천천히 힘을 합쳐 올려 봅세. 닻을 다 올리면 항해사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한 번 다시 점검해보게. 이번에 우리가 가야할 곳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이어야 하네.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말이야. 내가 선원들에게는 확실히 이야기해두겠네. 이번 항해가 마지막 항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이지.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미련도 없지 않은가. 큰 바다에 나가 무엇을 만날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에겐 바다보다 넓은 마음이 있지 않나. 만선을 바라지는 말자구. 만선은 곧 욕심의 배네. 굶을 지언정 우리가 그곳, 그곳 말일세, 그곳에 도착하면 배고픔은 잊고 눈에는 환한 빛이, 귀에는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입에서는 여자들의 교성을 내지를 것이네. 그 전에 돛대에 불을 붙이자구. 돛대는 그런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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