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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72

#현우의500자 _72


나는 너와 밥을 먹을 수 없다. 밥 한 끼 먹는 것,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너와 먹는 한 끼 식사의 즐거움보다 그 한 끼의 가격이 더 신경이 쓰인다. 그러지 말라고, 편하게 보자는 너의 그 말에 더욱 너와의 거리는 멀어져 간다. 식사 후, 커피라도 한 잔 하려면 그 커피 한 잔 값이 나의 3일 간 저녁값이 된다는 건 말할 수 없다.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이야 산타클로스가 들어오지도 못할 만큼 장작이 가득 찬 굴뚝 같지만, 그래도 나는 너의 이름 언저리에 손가락이 머물다 다시 휴대전화를 끄고 만다. 나는 너와 사랑을 할 수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일종의 죄다. 영화 방자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방자에게 유혹을 받는 춘향이 "우리끼리 이러면 안되잖아."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같은 노비끼리 사랑하면 결국 노비가 생산될 것이라는 뜻이다. 나는 너에게 내 사랑을 줄 수 없다. 결국 한 끼, 외로운 위를 라면으로 채우며 내일의 삶이라도 궁리해 볼 참이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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