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78
골프를 치는 여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담장보다 높은 라운드는, 내가 타고 있던 버스와는 다른 세계인 듯 했다. 표정 하나 하나를 살펴보기는 힘든 거리였음에도 그들의 얼굴에 슬픔 따위 없었다. 그 바로 옆의 또다른 입구에는 새로이 입대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였다. 짧게 자른 머리 그리고 그 뒤와 옆을 따르는 가족들의 모습도. 나는 생각했다. 저들 중 몇몇은 내가 타고 있는 버스를 누워 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친구의 영혼 없는 몸을 싣고 가는 버스에 타 있었다. 뇌출혈이라 했다. 픽, 하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선 또 다시 쓰러진 친구를 해군은 3시간 동안 부대에 머물게 뒀다고 한다. 마산으로 나와 큰 병원으로 옮겨진 친구의 머리를 열어본 의사는 피범벅, 이라 했다며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듣는 이야기는 생생하다 못해 몸서리가 내렸다. 애도사를 읽던 나는, 유유히 흘러갈 골프공과 파리하게 깎은 머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던 친구, 최백호의 마지막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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