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75

#현우의500자 _75


당장 브레이크를 잡지 않으면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 순간 앞의 문장이 떠올랐다. 앞바퀴를 오른쪽으로 힘껏 틀며 브레이크를 꽉 잡았다. 여고생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비명 소리 사이로 내 옷에서 나는 알싸한 탄 냄새와 머리를 크게 울리는 크크크 소리가 화염처럼 나를 감쌌다. 몇 미터나 미끌린 것일까. 순간 정신을 잃었던지, 눈을 질끈 감아버린 탓에 동공에 압력이 가해졌던 것인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앞을 볼 수 있었다. 내 눈 앞에는 여고생들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지도 않은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내 앞으로 갑자기 튀어나왔던 학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나에게 미안하다며 슬픈 얼굴을 짓고 있다. 팔과 다리에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우선 여학생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헬멧을 벗는다. 헬멧의 왼쪽 윗부분에 아스팔트 바닥과의 마찰에 의해 심하게 갈린 흔적들이 보였다. 죽이느냐, 죽느냐 라는 질문에 한 번 답해 보았다.

'현우의500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우의500자_77  (0) 2015.02.21
현우의500자_76  (0) 2015.02.21
현우의500자_74  (0) 2015.02.14
현우의500자_73  (0) 2015.02.14
현우의500자_72  (0) 201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