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한시 _12
나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
구름을 입 안에 가득 품고서
혀 위에 고인 물방울들로 목을 축인다.
배가 고파지면 지나가는 새 한 마리 꿀꺽.
자유란, 이런 기분이구나.
날고 싶어 뛰어올랐지만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세상이란 이런 기분이구나.
내가 먹은 것이 나를 먹으려던 것이고
내 몸을 촉촉히 적시던 물방울을 직접 만나
그것들도 꿀꺽.
구름을 빠져 나와 바람 맞으니 시원하다
아래에 푸른 들판 보이고 친구들이 보인다.
나, 여기 있어. 넌 거기 있구나. 들리니.
하늘을 날아보았어. 이곳은 우리가 살던 세상과는
달라. 내가 하늘인 듯, 하늘이 나인 듯 해.
마른 하늘을 너무 난 탓일까.
몸이 마르고 입이 마른다.
한 마리의 새를 잡아 먹으려니
뒤따라 오는 몇 마리 새가
나를 치고 지난다.
휘익청휘익청
떨어지며 바라보는 땅은 어느 덧 녹아 있다.
다시 날아오르고 싶어 발을 펴 보아도 마른 피부
마른 입, 주린 배
다시 입을 활짝 열어 본다.
개골개굴
개굴개골
하늘은 다시 뛰어 닿지 못할 곳이다.
그리고 다시 겨울을 기다려야 한다.
- 경칩, 다시 겨울이 오기까지 기다릴 개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