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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102

‪#‎현우의500자‬ _102


한참 아침잠이 많을 초등학교 시절, 반쯤 감은 눈으로 아버지의 차에 올라탄다. 당시 아버지는 스킨스쿠바 강사를 하셨다. 강사 뿐 아니라 스쿠바 용품 판매 및 대여를 하셨다. 새벽에는 연습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가게에 모였다. 모두가 모이면 새벽 찬 기운을 품은 바다로 향했다. 바닷물을 양손 가득 품어 팔과 다리, 가슴에 뿌리고 나서야 잠이 깬 나는 수트를 낑낑거리며 입는다. 산소통을 맬 정도의 체격은 되지 않았다. 스노클링을 하며 꽤 먼 바다에 나가, 새벽의 모습을 담아내는 넓깊은 바다 속을 보는 것은 우주에 빠져든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면 아버지께서는 물 밖에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셨다 한다. 교육을 하실 동안 자유롭게 바다를 날아다닌다. 다시 육지에 착륙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항상 들르던 슈퍼에 가 월드콘을 사 먹었다.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단 것을 먹어야 한다 하시며 나도 아버지도 하나씩 먹는다. 아이스크림이었을까, 우주 같은 바다였을까, 나를 일깨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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