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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110

‪#‎현우의500자‬ _110


교실을 몰래 빠져나와 학교 건물을 바라본다. 밝은 웅성거림. 하얀 교실 창문들 사이 불꺼진 창문이 보인다. 우리반 교실이다. 2002년 월드컵, 한국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몇몇의 친구들이 오늘은 야자를 할 수 없는 날이라 한다. 평소에도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태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특별히' 오늘은 더욱 공부를 할 수 없단다. 그러다 다같이 야자를 땡땡이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모두 땡땡이를 치면, 내일 선생님께서 팔이 아파서라도 다 때리지 못할 것이라는 음침한 근거가 설득력을 얻었다. 저녁 급식은 빼먹지 않고 챙겨먹고 한 시간의 자율학습을 견뎠다. 그리고 선생님들께 들키지 않게 교실을 빠져나왔다. 나는 집으로 가 티비로 축구경기를 보았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 담임선생님께서 엄한 얼굴로 들어오신다. 요놈들. 너희 학교에서 유명한 거 아나? 한 명이라도 남았으면 다 때리려고 했는데 단합력이 좋아 보여 그냥 넘어간다 하신다. 전날 저녁 빈 교실에는 갈색 빛깔의 추억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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