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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112

#‎현우의500자‬ _112


중2 음악시간이다. 음악실에는 오후의 햇볕이 갈색 커튼에 흘러 교실은 온통 붉음교향곡이 울려퍼졌다. 성악을 전공하신 선생님께서 고운 목소리로 선창을 하고나면 변성기가 갓 지난 우리들이 여러 소음을 덧씌웠다. 노래를 한참 부르고 있는데 한 친구가 갑자기 하지마라! 소리치며 벌떡 일어난다. 노래가 멈췄다. 선생님께서 왜 그러냐 물으니, 누가 계속 자기에게 지우개를 던진단다. 선생님께서 누가 던졌는지 엄한 목소리로 추궁하신다. 아무도 대답이 없다. 이번에는 눈을 감으라 하시곤 조용히 손을 들라 하신다. 분위기는 이미 험악한 수준을 넘었다. 이때 내가 조용히 손을 든다. 내가 지우개를 던지지는 않았지만 사태를 마무리짓고 싶었다. 여느 드라마처럼 조용히 넘어갈 줄 알았던 선생님께서 나를 앞으로 불러내시더니 혼을 심하게 내신다. 자초한 일이지만 억울했다. 수업을 마치고 다시 교실로 가려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신다. 홀로 남은 나에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약자를 대변하거라. 비겁한 사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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