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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14. 13:32 내 생각

처음 헌혈을 하고자 마음먹었을 때가 2000년이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TV에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혈액을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해서 공급한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고 내가 가진 것은 내 건강한 몸 뿐이리라라는 생각에 헌혈의 집을 향해 뛰어갔다. 고향의 마산 헌혈의 집의 간호사 누나들(당시에는 다들 누나였음)께서는 아직 나이가 되지 않아 헌혈을 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이야기 해 주셨고, 나는 중학교 3학년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생일이 지나자마자 헌혈의 집을 찾아갔다. 그때부터 나의 헌혈은 시작되었다.

2002년 월드컵 정도였을까. 평소처럼 헌혈을 하기 위해 헌혈의 집을 방문한 나는, 이전까지 내가 보아왔던 사람 중에서 가장 예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은 간호사로 일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경남혈액원의 주 모 간호사 누나를 보는 순간, “, 세상에 저렇게 이쁜 사람도 있구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친해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인 나이였던 본인은 연애라던지 데이트라던지 하는 개념조차 머리 속에 성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고 단지 예쁜 헌혈의 집 누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시기였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2가지 문제가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내 나이 당시 18, 간호사 누나의 나이 25세라는, 7살의 차이가 나는 현실적인 문제가 우선적으로 다가왔고, 내가 간호사 누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헌혈의 집에 찾아와야 한다는 문제가 또 다르게 다가왔다. 앞서 적었다시피 내가 간호사 누나와의 연애데이트라는 것을 상상한 것은 전혀 아니었기에 나이가 무슨 중요한 요소이겠냐 싶었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그런 구체적인 현상보다는 누나가 나를 너무 동생으로만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더욱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첫 번째 문제는 내가 나이가 20살이 넘으면이라는 전제를 걸고 누나와의 친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였지만 내가 20살이 되면 간호사 누나는 27살이 되어버리는, 정확히 평행하게 숫자가 올라가는 현상에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고등학생 당시 혈장헌혈만을 하였다. 전혈 헌혈을 하고 2달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많은 기다림의 고통이 나에게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혈장헌혈을 하면 2주가 지난 뒤 다시 헌혈을 할 수 있기에 헌혈의 집에 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넉살 좋게 헌혈의 집에 놀러가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순수한 마음에, 누나에게는 직장이고, 나는 헌혈자로의 선을 넘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무런 이유 없이는 찾아가지 않았다. ‘헌혈이라는 자기희생의 가치를 필요로 하는 숭고한 행위를 헌혈의 집간호사 누나를 보기 위한 저급한 행위로 위상을 낮추었던 것에 대해서 언짢아 하시는 분도 있으실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헌혈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헌혈을 통한 직접적인 기쁨이나 봉사의 희열까지는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헌혈을 함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순수하고 소소하고 조그만기쁨을 느끼는 행위이자, 헌혈의 집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덕분에 약 2년간 40회의 헌혈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은장금장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꽤 시간이 흐른 뒤, 나의 나이 25세가 되었을 때였을까, 오랜만에 고향의 헌혈의 집에 헌혈을 하러가서 그 당시 내가 좋아했던 누나의 소식을 물어보자 결혼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전에도 몇 번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있었지만, 늦어지는 결혼에 많은 걱정을 안고 있다는 이야기만을 들었던 나로서는 누나의 결혼 소식이 참으로 반갑게 느껴졌다. 내가 누나의 결혼 소식을 들었던 나이가, 내가 누나를 처음 만났던 당시의 누나 나이라는 사실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알아차렸을 때, 당시 누나가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하는 생각에 히힛하고 웃음이 나왔다.

나도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대학생으로서 서울에 와 있는 동안에도 헌혈은 계속 하였지만 이제는 시간 관계 상 헐장 헌혈이나 혈소판 헌혈은 하지 못하고, 2달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전혈 헌혈만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대학교(건국대학교) 가까이 멋진 헌혈의 집이 있는 관계로 헌혈을 하러가는 부담감은 전혀 없고, 상경한지 5년째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건대역 헌혈의 집은 나에게 또 다른 추억들을 만들어 주고 있다.

사실 올해 2월에 대학을 졸업을 하고 지금은 대한민국 외교관이 되기 위해 외무고시라는 국가고시를 공부하고 있다. 고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도 체력 관리는 필수적인 요소인지라 월수금 새벽에 수영을 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헌혈을 통해서 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써 삼고 있다.

2009년에는 전국규모의 헌혈 단체를 만들어보고자 열심히 기획안을 준비하고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였고, 그 나름대로의 성과로 20103월의 KBS 헌혈 특집 생방송에 출연하여, 단체를 소개하는 기회를 얻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더욱 열정을 쏟게 되어 단체의 존재는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 당시 같이 헌혈 단체를 준비하였던 좋은 사람들을 만난 인연으로 우리 사회에는 아직 헌혈에 대한 관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관심을 자기 자신의 헌혈이라는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행위로부터, 더 나아가 헌혈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헌혈의 좋은 점을 홍보하고, 헌혈을 통한 기쁨을 느끼도록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헌혈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헌혈을 매혈과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또 헌혈에 대해서 단순히 헌혈 후 기념품을 얻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붉은 피가 다른 사람에게는 푸른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역시도 그 붉디 붉은 피를 통해서 우리의 따뜻한 가슴의 색을 확인할 수 있고 누구나 가슴 속에 그리고 몸 속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 헌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번 레드 스토리드레스 코드명 레드’” 행사는 참으로 좋은 취지의 행사가 아닌가 한다.

나는 오늘 85번째 헌혈을 하였다. 일 년에 5번씩 헌혈을 하고 있으니 2014년에는 100번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오랜만의 헌혈이라 팔의 위생밴드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붉은 피가 다른 사람을 살리는 피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 보람찬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의 레드 스토리의 드레스 코드명 레드를 인증하라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딱히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 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헌혈이 단순한 봉사로서의 의미 뿐 만 아니라 자기만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길게 적는다.

누군가에게 그 공간이 의미가 있고 추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역시도 우리가 추억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것이다. 이번 레드 스토리의 행사에 참여하신 여러분들은 헌혈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짧게는 10, 길게는 1시간이라는 시간을 보냄으로써 그 헌혈의 집이 여러분들의 추억의 공간이 되었고, 다른 이를 위한 헌혈이라는 의미 있는 일을 통해서도 한 층 더 좋은 추억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살고 있는 지역의 이름은 다 다르고, 헌혈을 했던 시간과 날짜는 다 다르지만, ‘헌혈의 집이라는 곳에서 했던 헌혈이라는 행위를 통해,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헌혈은 추억이다!

posted by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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