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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것은 때론 도움이 된다. "불편한 것은 때론 도움이 된다." 20161114 고등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였다. 일제시대부터 사용해오던 교사(校舍)가 낙후된 탓에 안전하지 않자 새롭게 교사를 짓기 시작했다. 신입생인 우리 1학년은 과거 도서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에 둥지를 틀었고, 그마저도 교실으로 사용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자 옥상에 컨테이너 박스도 올려야 했다. 주목적이 도서관이었던 건물이었으므로, 그 건물에는 화장실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탓에 건설현장이나 관광지에서나 있을 법한 이동식 화장실이 건물 가까이 설치되었다. 개학을 막 했을 당시에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400명이 넘는 혈기왕성한 남학생이 싸대는 오줌과 똥의 냄새는 참으로 복잡한 심경을 들게 했다. 이런 곳.. 더보기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애석하게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올라갈 때 시험을 본 마지막 세대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내가 살던 경남 마산지역에서는 2000년을 마지막으로 '연합고사'가 폐지되었고 그 이후에는 중학교 내신성적 만으로 고등학교에 배정받아 들어갔다. 나와 같은 시점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내신과 연합고사 모두가 반영되는, 걸쳐진- 다시 말하면 재수 없는 시절의 친구들이었다. 연합고사가 중학교 3학년 말에 있다 보니, 중3의 시작은 고3만큼까지는 아니라도 뭔가 비장한 느낌이 돌았다. 실질적으로 학교에서 배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다 배웠다. 그리고 중3의 1년 간은 문제집을 교재로 하여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풀거나 한 달에 한 번 혹은 2주에 한 번씩 .. 더보기
"행복하기 위해 돈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 “행복하기 위해 돈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라는 말 ‘언제나’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들으면 참 틀린 말이라 생각하게 되는 말이다.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이 행복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도의 문제’라는 것이 있다. 삶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돈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주거와 의료, 교육이 대표적인 그 정도를 결정짓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당장의 혹은 다음 달의 생계가 걱정인 사람이나 급하게 병원비가 필요한 사람에게, 돈에 행복을 연계해서는 안된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만큼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살기에 충분한 돈을 갖고 있는 사람 혹은 그만한 돈을 갖고 있는 부모를 두거나 그.. 더보기
교토에서 만난 "교토에서 만난." 2016.08.29. 처음에는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는 줄 알았다. 일본 교토의 어느 시민회관에서 후쿠야마 테츠로(福山哲郞) 민진당 참의원의 강연이 끝난 뒤, 점심을 먹고 캔 커피를 하나 사러 나온 길이었다. 나와의 거리가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을까. 한 여자가 무릎을 바닥에 댄 뒤 양손 역시 바닥에 대며 수그리고 머리를 숙인 채 한 참을 있었다. 처음에는 교토라는 지역에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절도 많고 또 전통을 지키는 곳이라 생각해서, 삼보일배를 하는 승려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금 자세히 보니, 거지였다. 그것도 여자 거지. 그날도 날씨는 더웠고, 여자 거지의 옷도 그만큼 가벼워져 있었다. 긴 바지를 입고 조리 신발을 신고 있었지만, 상의는 가슴이 거의 드러나 보이는 검은 민.. 더보기
실패해도 괜찮다. 운전면허를 갓 딴 뒤였다. 운전학원을 다니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운전을 배웠기에 몇 번의 불합격을 겪은 뒤 딴 운전면허라 갓 20살의 나는 한껏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운전 실력은 사실 별볼일 없었다. 별볼일 없다는 수준을 넘어 아버지의 트럭 곳곳을 다치게 할 정도였다. 아버지께서는 사람만 치지 않으면 되니 차 걱정은 하지 말고 편하게 운전하라 하셨다.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어딘가 갈 일이 있는 날이었다. 아버지께서 운전을 하시면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었지만 아버지께서는 첫째로 아들이 운전을 하는 것을 뿌듯해하셨고, 둘째로 운전은 계속 해봐야 한다 하시며 열쇠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이날도.. 나는 후방주차를 하다 오른쪽 깜빡이를 박살내어버렸다. 아버지께 죄송했고 차에게 미안했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 더보기
혐오와 자기혐오 "혐오와 자기 혐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근 1주일 사이 저의 SNS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었음에도 그 개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단어는 바로 '혐오'입니다. 혐오(嫌惡)란 보다시피 두 개의 한자가 모여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싫어한다는 뜻의 '혐'과 미워한다는 뜻의 '오', 다시 말해 싫고도 미운 어떤 대상에 대해 품는 감정입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혐오'를 자신에게 해로운 것을 제거하고자 할 때 발생하는 정서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사람이라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고 물건이라면 부숴버리고 싶을 감정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감정인 것입니다. 그 대상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될 때가 있습니다. 최근 '혐오'라는 단어가 저의 눈과 귀에 많이 들어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016년 5월.. 더보기
"잘가" "잘가" 어제 들어온 친구와 간신히 하루를 보냈을 뿐이다. 어느 바다에서 왔는지, 차에 실려 오는 동안 어지럽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어머니가 그립지는 않은지. 몇 가지의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것을 기록이라도 하듯 내 짧은 기억력 속에 담아두려했다. 하지만 이내 곧 잊어버리고 다시 몇 가지 질문을 반복했다. 내 반복된 질문이 귀찮아질만도 했는데 새로운 친구는,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히 대답해준다. 내가 질문을 잊은 것 같으면 내게 다시 질문을 하라며 다그치기 까지 한다. 그 친구는 살고 싶었던 것이다. 넓은 몸이 횟감이 되기 전까지 자신이 살아있음을 내 질문을 통해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주인 아저씨가 뜰채를 들고 와 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새로운 친구를 잡으려 하면, 이리저리 피하면서 "나는 남해에서.. 더보기
이런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떠오른 적 있다. 한 아이가 어머니가 자기 전에 몰래 먹는 하얀 통에 든 것을 몰래 빼오는데 성공했다. 어머니가 그것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기 까지는 하루라는 시간이 생겼고, 아이는 그것을 어머니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기 1시간 전에 몽땅 입에 털어넣을 것이라 다짐했다. 평소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불만도 없고, 자신이 자신을 둘러보아도 굳이 힘든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더욱 힘든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지나치게 사춘기스러운 고민을 맞딱뜨리게 되었고, 그 해답으로 찾은 것이 '의미 없다'라는 극단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이는 하루라는 시간을 평소와는 다르게 쓰기로 한다. 다르게 쓴다고 해서 학교를 빠지거나 일탈을 즐기지는 않는다. 자신이 만약 무.. 더보기
옷을 파는 노파 "옷을 파는 노파" 이대역과 신촌역 사이, 나무에 옷을 걸어놓고 옷을 파는 한 노파가 있다. 옷걸이에 걸린 옷을 연신 나풀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지나가는 여대생들이나 여자들에게 옷을 권유한다. 자주 마주쳐보았지만, 남자 옷은 팔지 않는다. 옷의 질은 낡았다. 보세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헌 옷 상자에 들어있을 법한 그런 옷들이다. 하지만 그런 옷들을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들이댈 때는 사뭇 진지하다. 저런 옷이 팔릴까 정말 궁금했다. 단 한 번도 누군가 옷을 사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그러다 얼마 후, 집으로 가는 길에 그 노파가 보이지 않았다. 활기찬 모습으로 옷을 날개삼아 펄럭이고 있어야 할 곳에 아무도 없자 순간, 걱정이 스쳤다. 무슨 일이 생기신 건 아닐까. 환절기라 날씨가 아침저녁으로는.. 더보기
친함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친함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가끔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는 장면이 있다. 그건 고3이었을 때 수능을 마친 뒤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패잔병들의 모임처럼, 수능이라는 전쟁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져 버렸으니 자존심이라도 지켜보려는 친구들은 날카로웠다. 사소한 일에도 큰 시비로 번질 수 있었으니 서로 졸업 때까지 조용히 지내자는 암묵적 합의도 있었던 듯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반의 한 친구와 다른 반의 한 친구가 싸운다는 소식이 복도로부터 들렸다. 이 싸움이 있기 몇 달 전 우리 반의 두 친구가 싸운 적이 있었는데 이때의 불똥이 이상하게 나에게 튀었다. 그 둘의 싸움을 말리거나 중재할 사람이 나 밖에 없었는데(응?왜일까?) 내가 말리지 않았다며 꽤나 욕을 들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누군가 싸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