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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63

#현우의500자 _63


슬픔을 동정할 자격 따위 없다. 그렇다고 행복을 가져야만 한다는 값싼 권리도 물론 없다. 마음대로 저 사람은 불행할 것이고 슬플 것이라는, 그런 식의 선입견을 갖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슬픔이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다. 성인 남자의 상체만한 박스를 들고 오는 한 명의 남자를 보았다. 해에 그을린 것인지, 자신을 숨기려는 것인지 온통 검은 옷에 검은 신발이다. 상자만이 자신은 원래 나무였다는 듯, 연한 갈색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위의 얼굴이 있다. 상자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생각해 순간 아래를 보았다. 신발이다. 상자가 트위스트를 추는 것은 신발 때문이다. 아니, 신발이 아니라 다리 때문이다. 다리 길이가 다른 아저씨가 그 길이를 맞추기 위해 한 쪽 신발에는 높은 굽을 댔다. 낮은 굽과 높은 굽이 번갈아 움직여가며 아저씨의 삶을 운행해 나갔다. 내가 본 것은, 나무였던 것과 추운 바람에 나무결이 되어가는 얼굴과 그리고 신발. 신발 위의 삶, 딱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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