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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115

‪#‎현우의500자‬ _115


화려하게 꾸며진 꽃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꽃꽂이에는 꽃 뿐만 아니라 뭉털이실이 흐느트러져 있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의 오전, 나는 합장을 한 채 마을 사람들을 기다린다. 라오스의 수도 위앙짠 근교의 한적한 마을의 학교 운동장이다. 마을 어른들께서 모두 모이자 바시 의식은 시작된다. 마을 이장 쯤 되시는 분이 의식을 진행한다. 나는 가만히 엄숙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시간을 흘리듯이 손에 담고 있다. 그리고 꽃에서 이어진 실의 끝을 잡은 채다. 의식이 끝나자 현지 어른들께서 실을 내 왼쪽 손목에 묶어주신다. 적은 금액이지만 지폐와 함께 묶는다. 헐거우면서도 끊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게 실을 묶어 주시며 눈을 마주친 뒤,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다. 나도 여러 사람들에게 실을 묶어주었다. 2009년 1월에 맨 바시의 실은 2011년 여름이 되어서야 끊어졌다. 실이 끊겨 버렸을 때 아쉽지는 않았다. 보이지 않게 되니 더이상 집착하지 않고 변치 않는 모습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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