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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116

‪#‎현우의500자‬ _116


소풍날이다. 머리맡에 잠들기 전 싸놓은 가방에는 과자가 가득했고, 음료수는 시원하도록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온 뒤 부엌으로 향했다. 가게 뒷편에 집이 있었고 겉보기에는 현대식 빌딩이었음에도 부엌은 묘하게 재래식 부엌의 느낌을 풍겼다. 어두운 부엌 조명 아래서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일어났나. 어머니께서는 김밥을 싸고 계신다. 눈을 부비며 김밥을 사이에 두고 어머니와 마주 앉는다. 대발에 김과 조미된 밥을 놓고 고명이 들어가자 어느새 김밥이 되어 나온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슥슥 썰어 나의 입에 하나를 쏙 넣어주신다. 어머니께서는 김밥의 꼭다리를 드시며, 큰 일 할 사람은 이런 거 먹으면 안된다 하신다. 김밥은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선생님께 드릴 것 그리고 혹시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친구를 위한 것까지 준비하시는 어머니. 깨소금 흩뿌린 김밥 도시락은 나의 자랑이자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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