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한시 _37
거기 줄을 서시오
줄을 빠져 나왔다간
한 푼도 못받을 줄 아시오
줄을 선 사람들은 말이 없다
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표정도 없다
태어날 때 응아응아 울었을 사람들
아무런 표정도
입 밖에 내는 소리도 없다
한 명이 목소리 큰 사람 앞에 가 선다
이번 한달 고생했소
정말 당신 덕분에 우리 회사가
정말 잘 돌아가는 것 같소
다음달에도 힘냅시다
고개를 주억거릴 뿐 아무말 없는 아무개
웃음이라도 지어드려야 하나 고민하지만
굳을 만큼 굳은 표정에는 싸늘한 비웃음만
손을 뻗어 받는 것은
동전 몇 닢
은전 한 닢도 아닌 동전 몇 닢
한 닢으로 방값을 내고
한 닢으로 먹고
한 닢으로 아이들 공부를 시키고
반 닢 남아 저금하는 동전 몇 닢
할 말과 할 짓은 다했다는
목소리 큰 놈 앞에
아무개 분은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을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향하는 그 발걸음에
짤랑거리는 동전 몇 잎
한 달이라는 시간을 팔아
아무개라는 존재를 팔아 벌어낸
돈이라 하기에는 너무 경박한 짤랑거림
그 소리 듣고 나온 돼지 같은 마누라와
개새끼 같은 아이들
살지 못해 죽는 거지
죽지 못해 사는 거지
- 똥이나 실컷 싸 볼만큼 먹어보았으면, 월급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