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한시 _38
애절애(哀絶愛)
한 사내 나무를 뽑는다
삼각삽 푸욱 흙에 쑤셔 넣어
발로 그 대가리 쳐밟고서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게
그의 무게 싣는다
손잡이 배에 걸치곤 아래 눌러
들어 올린 흙 위
나무 뿌리 허옇게 드러난다
알싸한 흙향 사내의 코 끝에
물방울 맺게 하고
기껏 키운 나무다
척박한 땅 일구어 키워낸 나무다
열매를 맺기 전 더 뿌리가 깊게 박히기 전
캐 버리는 사내 손 부들바들
삽 끝 흙 위 생채기 난 나무 뿌리에서
붉은 수액 흐른다
품을 수 없는 것 키워봐야 뭐할거냐
세울 수 없는 것 일으켜봐야 뭐할거냐
높다리 자란 모습 볼 수 없을 바에야
자라다 자라다 같은 모습 될 바에야
뿌리 채 뽑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잘라버린다 그 것
잘라버린다 그 아이사랑형제자매 모두
토막내 잘라버린 나무 두고
돌아가는 사내
많은 사람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