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한시 _39
- 꽃신(花靴)
꽃신 벗어 손에 든다
버선이라도
신었으면 좋으련만
밟히는 것 죄다
발에 박힌다
그러메
신 신을 줄 모른다
손에 든 꽃신 이내
가슴에 품는다
가슴에 품은 꽃신
앳된 향 풍기며
신을 든 여인에게
마음 떠오르게 한다
이 꽃신 어떻소
마음에 드오
네
마음에 듭니다
꽃신 하나 가진 것
나라 가진 듯 하여 여인
왕이 된 듯
언제보다 밝고 높다
누구 만나러 간다는 말 듣고
다녀오세요
한 마디 보내고
뒤돌아 웃던 그 모습
잊지 못하고
신지 않던 꽃신 신고
찾아 나선 그 길
돌아오는 길
비가 내려
젖을까 저어되어
꽃신 벗어
걸어오는 한 여인
꽃신은 변치 않아요
저도 변치 않아요
그대 미워 않을게요
비에 하늘에 원망 담아
꽃신 가슴에 품고 올려다 본
하늘 아래
우산 뚫고
두 강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