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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_91 #‎현우의500자‬ _91 적을 추억도 떠오르지 않고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오늘 하루 평범하게 흘러갔다. 서울 곳곳을 텉털거리는 차를 타고 휘이젓고 다니며 많은 은행을 들렀고 그 사이 잠시 들은 라디오에서 똑같은 사연을 두 번 들었다. 아내가 잔소리를 하자 '그만 좀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그 이후 아내가 아무말 하지 않아 더 불안하다는 똑!같은 사연을 오후에 한 번, 그리고 저녁에 한 번. 같은 사연을 두 번 듣다 보니, 나도 '그만 좀 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 소리 듣는 이 나 밖에 없을 것이기에 쓴 웃음 한 번 지어 버렸다. 오전에 잠시 들른 마포구청에서 내게 도장을 쾅쾅 찍어주던 남자가 뒤로 앉은 채로 물러날 때, 그가 앉은 휠체어 덕에 내 세계는 더욱 넓어졌고 그렇게 넓어졌다. 친구.. 더보기
현우의500자_90 ‪#‎현우의500자‬ _90 생일 축하한다. 언젠가 말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든 말이 하나 있어. 그건 '메멘토 세로'라는 말이야. 많은 사람들은 '메멘토 모리'라는 말을 알고 있지.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 있는 동안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세로' 타동사 '태어나다'라는 라틴어를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나지 않았어. 올챙이였던 우리가 태어나고 싶어 꼬리를 더욱 흔든 게 아니잖아. 단지 던져졌을 뿐이라는 철학자의 말에 동의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태어나자 마자 지금의 우리가 가진 고민이나 결점을 가지기를 바랬던 부모는 아무도 없어. 누구나 축복 받으며 태어났지. 그리고 사람은 자기가.. 더보기
[서울시를 위한 즐거운 아이디어 첨부] [서울시를 위한 즐거운 아이디어 첨부] 박원순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대문구 연희동에 살고 있는 권현우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게 된 이유는, 서울을 더욱 즐거운 도시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기에 알려드리고자 하여 보내게 되었습니다. 인사동이나 종로와 같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서울시의 명소에 아래에 첨부한 것과 같이 한복을 입은 사람의 형태를 넣어 건널목 신호등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신호등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기도 하면서 또 쉽게 지나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사소한 변화가 더욱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인사동 인근의 1개의 신호등에만 설치를 하여 서울시 명물로 삼아보시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메세지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보기
오늘한시_6 ‪#‎오늘한시‬ _6 마음에 써 내려가는 시 첫 줄을 적는다 시가 될까 마는 가사가 될까 마는 그것도 아니면 소설이 될까 마는 이야기가 담기는 그 어디라도 종이를 준비해야 외로운 남녀 입 모아 사랑 외치는 들리는 이 많지 않은데 누구 한 명 들을까 하여 귓엣말 외쳐본다 이미 쓰여진 시 그대는 읽어주기만 해 달라 그 입으로 내 시와 사랑을 읽어달라 고 - 소개팅 더보기
오늘한시_5 ‪#‎오늘한시‬ _5 나를 사세요 전 얼마인가요 당신이 원하는 값 불러주면 생각해보는 척 고민해보는 척 척이라도 해볼게요 나의 시간을 사세요 저의 시간은 얼마인가요 당신이 원하는 시간 불러주면 바쁜 척 분주한 척 척이라도 해볼게요 나의 청춘을 사세요 저의 청춘은 얼마인가요 당신이 원하는 시절 불러주면 무모한 척 패기있는 척 척이라도 해볼게요 척이라도 해보겠지만 척만으론 부족해요 파는 것은 나와 나의 시간과 나의 청춘 얻는 것은 숫자 몇 자리 숫자 몇 자리 얻어 밥 한 끼 먹겠지만 척이라도 해볼게요 행복한 척이라도 해볼게요 그게 이 시대 모든이의 척도 - 월급 더보기
오늘한시_4 ‪#‎오늘한시‬ _4 바람이 한그루 나무에 머물지 않듯 그럴 수 있었겠죠 떠나 간다 떠 나간다 알고 있지만 잡을 수도 없는 것을 휘이익 소리 내며 돌아보라 돌아보라 머물렀던 그 곳에 머무르라 쇤 소리 내며 붙잡아 보아 도 떨어지는 푸른 낙엽 다시 줍기 어려웁고 앵글지 않은 꽃 봉우리 흔들리며 위태한데 넓고 둥근 한 바퀴 이곳 돌아 날아 다시 와서 백개(百開)한 꽃을 보며 말하지 말아요 멍든 열매를 보며 말하지 말아요 한 때 머물렀던 곳이라고 휘이익 휘이익 바람 소리 눈물 소리 - 바람 혹은 간통 더보기
오늘한시_3 ‪#‎오늘한시‬ _3 투둑 비가 나리는 하늘에는 어둠이 깔리고 조용한 차 안에는 엔진 소리만 가득 기다렸던 신호는 붉은 미소 지어준 채 기다림이란 푸름이라 말해주고 돌아갈 길 기다리는, 저 언덕 뒤의 나그네는 갈 길 멀어 하는데 좌회전, 우회전 알려주는 명량한 목소리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여기 밖에 살지 못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담겼네 대답 없는 그 목소리 나를 도와 있지만 퇴근 시간 그 목소리 애처롭고 원망하다 - 내비게이션 그녀 더보기
오늘한시_2 ‪#‎오늘한시‬ _2 스극스극 만져 본다 물푸레 나무 접시 부러 이랬을까 싶지마는 나이테가 울퉁불퉁 같은 겨울 다른 봄을 맞이한 물푸레 나무에게 방향이란 무어일까 좁아돌아 개구리 한 마리 발도 못뻗고 넓어돌아 딱다구리 한 마리 부리 넉넉한데 왔는지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물푸레 나무도 나도 같이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봄 - 봄 더보기
오늘한시_1 ‪#‎오늘한시‬ _1 멀리 보아 보이는 먼지는 내 눈 앞에는 없네 보이지 않으니 없는 셈 치다가도 하루가 지나 돌아온 집 씻고 난 얼굴은 다른 빛을 띠어 어제보다 무거운 마음 비누를 박박 문질러 보아도 씻겨 내려가는 건 보이지 않던 먼지뿐 어느 샌가 쌓인 그리움의 먼지는 내 어딘가 쌓여 지워질지 모르네 그렇게 소복히 쌓인 먼지 털어낼 줄 알았건만 털어낼수록 더욱 쌓이니 그리움은 여전히 그리고 내 눈 앞에 없을 뿐 - 황사 그리고 혹은 그리움 더보기
현우의500자_89 ‪#‎현우의500자‬ _89 시동을 꺼야 한다. 스피커에서 한가득 웃음소리가 들린다. 개그우먼 김신영과 가수 나비의 웃음소리가 차 안의 먼지를 흔드는 듯, 아무런 색깔이 없는 공간에 색깔을 덧씌우는 듯 하다. 주차는 완벽했고, 사이드 브레이크는 올려져 있었으며 P는, 왜 나에게 시동을 끄지 않냐며 내 다음 행동을 재촉한다. 웃음소리다. 시동을 끄지 못하는 것은 웃음소리 때문이며 내가 이것을 끄는 순간 아무것도 아니게 될 이 공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사람들은 즐거움이 지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즐거움 혹은 슬픔이라도,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 손목을 잠시 비틀어 시동을 꺼 버리면 즐거움이 사라지고 다시 무(無). 때론 당연하게 생각되는 없음에 나는 공(空)이라 이름 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