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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_119 ‪#‎현우의500자‬ _119 새로운 직원을 한 명 뽑을 예정이다. 대표가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공지를 올렸고, 하루 만에 10명 넘게 지원자가 모였다. 야근 뒤 저녁을 먹기 전 지원자들의 신상과 자기소개서를 프린트해 돌려 보았다. 전문대를 갓 졸업한 나이 어린 사람부터 40대 남성 등 지원자의 분포는 다양했다. 저녁 메뉴인 순대국을 먹기 전 지원서를 보는데 마음 한 켠이 씁쓸했다. 자기소개서에 적힌 지원자들의 글을 읽는데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라는 그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될 사람을 뽑는데, 제대로 된 인사조직도 없는 작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자 적은 글들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대학에 다시 들어오고 난 뒤 들어갔던 국제교류시민단.. 더보기
오늘한시_37 ‪#‎오늘한시‬ _37거기 줄을 서시오 줄을 빠져 나왔다간 한 푼도 못받을 줄 아시오줄을 선 사람들은 말이 없다 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표정도 없다 태어날 때 응아응아 울었을 사람들 아무런 표정도 입 밖에 내는 소리도 없다한 명이 목소리 큰 사람 앞에 가 선다이번 한달 고생했소 정말 당신 덕분에 우리 회사가 정말 잘 돌아가는 것 같소 다음달에도 힘냅시다고개를 주억거릴 뿐 아무말 없는 아무개 웃음이라도 지어드려야 하나 고민하지만 굳을 만큼 굳은 표정에는 싸늘한 비웃음만손을 뻗어 받는 것은 동전 몇 닢 은전 한 닢도 아닌 동전 몇 닢한 닢으로 방값을 내고 한 닢으로 먹고 한 닢으로 아이들 공부를 시키고 반 닢 남아 저금하는 동전 몇 닢할 말과 할 짓은 다했다는 목소리 큰 놈 앞에 아무개 분은 고개를 숙인 채.. 더보기
오늘한시_36 #‎오늘한시‬ _36젖 다오 밥 다오 울어봐도 답이 없는 식어버린 그 몸 앞에 질겅질겅 옷을 씹는 그 모습 누군가 보았다면물이라도 안아라도 주지 않았겠나배가 고파 사랑고파 소리 없이 죽어가던 그 아이 울음 소리 듣고있던 그 노파 열린 귀 벌어진 입 차렷한 그 누움 이미 저 곳 가버린 뒤아기 남아 불러보메 대답 없는 울음이 메아리쳐이제 그만 오려무나 배부른 곳 오려무나 울음없는 곳 할미가 잘못했다 어미가 잘못했다 이제 그만 오려무나세상 관심 없는 곳에 젖 찾아 가던 아기 무엇 원망하였겠소태어나고 짧게 살며 살고자 살아가고자 보았던 그 짧은 시간 무엇 원망하였겠소가벼이 넘은 그 벽에 이름 한 자 남기지 못한 그 심정 담아 이리 한 번 남겨보오미안하오 남아 있는 내가 미안하오 부디- 10개월 아기의 아사(餓死.. 더보기
오늘한시_35 ‪#‎오늘한시‬ _35정든 서랍장에 든 정 하나 꺼내 뉘에게 보일까 보낼 곳 적지 않은 편지 봉투 같이 꺼내 그 안에 남몰래 쏙 넣어 버리곤 흘러 나올까 빠져 나올까 풀로 막아버린다 흰 공간 위 누구나 여기 들어와 살아도 될 만큼 크지만 한 명을 위한 마음이랴 그를 위한 마음이라 알아주는 이 없어도 그 안에 담긴 정 변할 리는 없음에 정든 봉투 담긴 정 다시 서랍에 담아 넣고 언제든 누군가 온다면 오신다면 이름 적어 보내드리겠다 다짐마저 해본다- 정든 정 든 정 든 정 더보기
오늘한시_34 #‎오늘한시‬ _34미리 약속을 잡은 날도 아닌데 나는 불쑥 그에게 연락을 한다 생각나서 연락했다며 시간 맞으면 커피나 한 잔 하자고 메세지를 남기고 나는 아무일 없는 듯 다시 마저 남은 일을 처리한다 잊은 듯 잊어 버린 듯 휴대전화를 열어 보니 답장이 와 있다 어디서 볼까 내가 보낸 메시지는 사라지고 어디서 볼까 이 다섯글자 내게 설레임을 남긴다 잘지냈어? 다시 한 번 별일 아닌 듯 남기고서 장소와 시간을 정한다 만나서 이야기 해요 늦은 시간 만나 하루를 너절이고 내일을 너풀거리지만 그간 변한 데는 없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유심히 이곳저곳 살펴보다 눈가 보이지 않던 주름이 마음에 걸린다 웃을 일이 많았던 것일까 나 없이도 웃을 일은 많았던 것일까 아니라면 나이듦에 이기지 못한 그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 더보기
오늘한시_33 ‪#‎오늘한시‬ _33북극성 너 걸렸어 금성 너 차례야 라고 말하려 하니 금성은 삐진 듯 고개를 돌린 채 내게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하늘에서 별들이 전기줄로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다 이리 저리 왔다 갔다 전기줄을 넘으며 놀자 놀자 너랑 놀려고 하루 종일 기다렸어 한다나는 비틀거리며 땅에 그어진 아무 선이나 찾아 왼쪽 오른쪽 폴짝 또 폴짝 그러다 선을 밟고 다시 하늘을 보면 별은 전기줄에서 이만치 멀어져 있다하루 동안 무얼 했니별에게 묻는다 너에게 나를 보이기 위해 몇 만 광년을 달려왔어넌 하루동안 무얼 했니나에게 묻는다 사그러지지 않는 어떤 것 지키기 위해 살아왔어꺼억꺼억 웃는 내 젖힌 얼굴에 별이 다가와 키스를 한다 잊지 말라 하며 점을 남긴 별들흔들리는 것은 나 뿐이려니 다가가고 떠나가는 것은 너 뿐이.. 더보기
오늘한시_32 #‎오늘한시‬ _32앞집 밝은 불빛 들여다보기 두렵다 가만히 창 앞에 서 건너를 보려하면 보이는 건 가까운 내 얼굴이며 그림자며 내 뒤로 밝은 불빛에 내 모습 그대로다 서있는 동안 무엇을 생각할까 하겠지만 밝다 그리고 밝고 많다 하는 생각 뿐 창가에 가까이 댄 입 탓에 뿌연 연기 광배처럼 얼굴을 넘기매 이대로 뒤로 돌아 나를 내가 바라보면 부처니 예수니 그런 쓰잘데기 없는 이름 들을 것 같아 소매로 쓰윽스윽 닦아버린다 흔적 남아 있을까 다시 한 번 입으로 후 불어 닦아 버린 창문에는 아까와는 다른 무늬 내 얼굴에 흐른다 앞집옆집 밝은 불빛 안 그 앞 한 명씩 서서 자신이 누구인지 혹여 알아차릴까 두려우 닦아 내는 모습들 가득하다 아비는 성부인지 어미는 성모인지 동정의 아들은 헌금으로 용돈 달라 하지만 그.. 더보기
오늘한시_31 #‎오늘한시‬ _31끼리릭 잘 굴러가지 않는 바퀴어미 허리를 숙여 가만히 들여다 보곤다시 허리를 펴 발끝으로 톡톡 바퀴 건드린다아기 깨지 않고 방향 정하지 못하고 휘리릭 돌아버린다앞으로 바퀴 다시 발로 톡톡 정렬한 뒤 앞으로 밀고 나간다잘자라 우리 아가 앞 뜰도 뒷 동산도 없는 이곳에서어미 가만히 노래 부르고 아기 그 안에 죽은 듯 누웠다가다가다 가만히 서 어미 아기를 본다미소 그리고 미소없다 빈 유모차 끌고바퀴를 톡톡 아기는 죽은 듯 누웠다죽은 누웠다그 안에 아기 말고 어미 누웠다그 안에 아기 말고 과거 잃어버린 누구 나 누웠다누웠다 빈 유모차 끌고- 아기 소리, 빈 유모차에서 들리는 익숙해진 더보기
오늘한시_30 ‪#‎오늘한시‬ _30칼날에 서극 베여그 끝 그 틈 한참을 바라보다아프다 생각도 잊은 채 영롱디리 헤집어 보다지금 해야할 것 기다림 뿐이거나 더 크게 벌려끝 만나는 일차가운 흐아얀 모습 안 검은 모습 가리어 보여어둠이 만나거나벌어진 그 사이 쑤셔 넣을 것시간 뿐저무는 것이 달이든 베인 것이 마음이든쑤셔 넣어 채울 것 시간 뿐 이더라- 밝아 비출 마음일랑 접어두고 흘린 눈물 부끄러워 쑤셔 넣어 볼 요랑이면, 달아. 더보기
오늘한시_29 ‪#‎오늘한시‬ _29가진 돌 중 가장 소중한 돌을 있는 힘껏 던진다 어디에 떨어지는지 가만히 들여보고 있다 토락 떨어진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나는 그것을 찾으러 간다 내가 던졌으니 주우러 갈 일도 내 일이다 멀리 떨어져 있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찰나 길 앞에 큰 낭떠러지 낭떠러지 너머 높은 산 산 너머 높이 솟은 폭포가 보인다 내가 던진 돌이 멀리 어렴풋이 빛나고 있지만 나는 그곳을 쉬이 갈 수 없다 낭떠러지를 넘기 위해 몸을 다듬고 산을 오르기 위해 여러 장비를 갖춘다 마지막이라 생각한 폭포 앞에 물을 맞으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리고서 돌연 길을 멈춘다 찾아야 할 돌은 여전히 나의 눈에 밟힌다 내가 던진 그 돌 찾으려는 와중 나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눈 한 번 질끔 감고 폭포수를 지나가니 내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