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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향기 자유의 향기 2013.5.13. 따뜻물로 샤워를 한다. 환기구가 뿌연 물안개들을 열심히 빨아들이고 있지만, 빨아들이는 양보다 더 많은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샤워를 마치고 몸을 닦으면서 몸의 왼편에 있는 창문을 살짝 연다. 그러자 수증기가 조금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샌가 거울에도 수증기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욕실 안이 말라갔다. 그때 생각했다. "수증기가 욕실에 가득찬 것처럼 자신을 온통 둘러싼 사회적 부자유의 억압들 속에서 살다가, 갑자기 억압을 품지 않은 새로운 공기가 들어온다면 시원함과 동시에 자유를 느낀다." 가령 군부독재시절, 유럽국가나 미국 등지를 처음 나가게 된 사람들은 그 나라에 도착해서, 내가 샤워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수증기로 인해 답.. 더보기
원리를 아는 것 원리를 아는 것 2013. 5. 13. 바이올린을 어릴적 부터 켜 온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바이올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통해 울려퍼지는 음악이 좋다고 했다. 그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은 아니었으나, 바이올린의 실력이 상당했다. 그 친구가 우연한 기회에 기타를 손에 쥐게 되었다. '손에 쥐게 되었다' 라는 관용구 상의 의미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들고 와서 곁에 세워놓은 기타를 손에 쥐었다는 의미이다. 그 친구는 손에 기타를 쥐더니 이러저리 만져보기 시작했다. 기타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기타를 관찰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 기타 관찰이 끝난 친구는, 기타 현을 몇 줄 튕겨 보았다. 띵 띵 띵 기타에서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친구는 기타를 우리가 흔히 보는 방식으로.. 더보기
소리가 좋아서 소리가 좋아서 2013.5.13. 최근에 글을 많이 쓰는 듯 하다. 특별한 주제의식이 있어서 글을 쓴다기 보다는, 단지 글을 쓰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글을 쓴다. 읽는이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이러한 공간에서 내가 글을 쓰는 것이, 부디 인터넷 공간을 오염시키는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단편소설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몇 개 적었고, 또 몇 가지 단편소설의 소재가 될 것들을 머리 속에 넣어 다니며 시간이 빌 떄마다 조금씩 조금씩 완성해 나가곤 하지만 아직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구성력도, 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묘사도 정말이지 비루하기 짝이 없다. 내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 미안함마저 느낄 정도이지만 그래도 "소설을 쓴다" 이 문장 자체만으로.. 더보기
할머니의 말씀 할머니의 말씀 2013.5.13. 내가 갓 스무살을 넘겼을 때 할머니께서 이야기하셨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믄 꼭 사계절을 겪어봐라이." "사계절을 겪어본다는 거는 1년을 보내라는기 아이고, 봄 맹키로 기분 좋은 때도 만들어 보고 여름 맹키로 억수로 사랑할 때도 있어보고, 가을 맹키로 좀 쓸쓸하그로 여자를 만들어보고, 겨울 맹키로 차갑게 화도 내 보고 해라는기다." "그 여자가 좋은 여잔지 아인지 알라쿠면 일부러 화도 내보고 해야 된다. 그래야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안다이." "사람이 마냥 좋은 것도 좋지마는, 사람이 화가 나믄 우찌 변화는지 보믄 그때 진짜 모습이 나오기도 하는기다." "알긋제~" - 우리 할머니 이외순 여사 더보기
적었다 지웠다.. 적었다 지웠다.. 2013.5.12. #1 글을 계속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뭔가 마음 속에서 그리고 머리 속에서 할 말이 계속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데 그것들을 글로 옮기자니 내 필력이 구차하여 남길 수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의 색깔이 결코 밝은 색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둡고 어두워서, 한 글자로 표현하자면 현(玄)이다. 검을 현. 검다기보다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한 블랙홀의 색깔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 글을 다시 읽을 시점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할 수 없을지 모르겠으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나는 글을 적으려했다. 하지만 글은 완성되지 않았고, 그 완성의 시점은 언제인지 모른다. #2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 더보기
못난 아들 못난 아들 2013.5.8. 나는 못난 아들입니다. 아들 두명을 두신 우리 부모님께 나는 작은 아들이지만 못난 아들입니다. 나이가 29살이 되도록 돈 한번 제대로 벌어오지도 못한 못난 아들입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지만, 이 못난 아들은 어머니 아버지께 카네이션 하나 보내드리지 못하는 못난 아들입니다. 수금이 되지 않아 아들에게 돈을 붙여주지 못하시는 것을 미안해 하시는 아버지와 오늘도 노인복지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한 어버이날 행사 준비에 일찍 일을 나가시는 어머니에게 나는 못난 아들입니다. 하지만 나는 못난 아들입니다. 아마도 평생 못난 아들일 것 같습니다. 가져서는 안될 꿈을 가지고 혼자 노력하면서도 어머니 아버지께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하는 나는 못난 아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나는 못난 아들.. 더보기
초단편소설 초단편소설 1 눈이 온다. 하얀 눈이 내리는 하늘 위는 푸를 것이다. 내리는 눈은 왜 저 푸른 하늘을 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늘의 색을 담은 눈이라면 이 눈이 우리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인데. 눈이 와도 하늘 아래는 여전히 그래도 돌아간다. 변하는 것은 쌓인 눈을 피하려는 자동차들의 처절한 스위프트 뿐. 운전자는 자동차가 눈을 잘 피해갈 수 있도록 이리저리 방향만을 잡아주고 있다. 자동차는 오늘도 생사를 걸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만 있다. 그리고 자동차는 눈이 빨간 색이었따면 좀 더 잘 피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눈이 쌓인 사람들의 머리는 우습다. 눈을 털어내는 것인지, 손바닥의 열로 눈을 녹이는 것인지를 알 수 없는 행동들이 보인다. 결국 그들은.. 더보기
예능은 기자회견을 멈춰라 예능은 기자회견을 멈춰라. 2013.5.7. MBC의 '천기누설 무릎팍', SBS의 '힐링캠프' 등은 유명인을 인터뷰하는 형식의 예능 토크쇼이다.최근 이런 토크쇼를 보고 있노라면, 이 방송 프로그램들은 '토크쇼'를 하고 있는 것인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쉬운 대상들이다. 그들의 삶 자체가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인해 유지되는 삶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대중들과의 줄다리기를 통해 그들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삶의 과정 속에서 그들은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하거나, 혹은 인간으로서 저지르지 말았어야 할 매우 중대한 실수 등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실수를 자신의 치부로서 생각하면서도 또 다.. 더보기
바래본다 바래본다 2013.5.6에서 7로 넘어가는 시점에. 나는 바래본다. 생각은 변할 수 있음을 인정하기를 바래본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쳤을 때, 그 발언이 법적인 책임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그 생각에 족쇄를 채우지 않기를 바래본다. 나는 바래본다. 10년 뒤, 20년 뒤의 미래를 걱정하며 지금의 입을 닫지 않기를 바래본다. 내일의 나를 예상하기 힘든 사회에서 10년, 20년 뒤의 사회를 예상하면서 그 시절의 내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지 않기를 바래 본다. 나는 바래본다. 어떤 악의를 가지고, 다른 사람의 과거를 파헤치는 사람, 그들에게 희열과 쾌락이 주어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마녀 사냥은 1000년부터 1400년 사이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 더보기
일상의 경험 일상의 경험 2013. 5. 6 일상의 경험을 글로 옮기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내가 하는 경험이 모든 인류의 공통의 경험인가.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것인가. 어떤 의미를 가지든, 인류 중 극히 일부만이 경험을 하든, 그리고 단 한 명이 생각을 하든 이 모든 경험들은 소중하고 또 인정받아야 하는 것일까. 100개의 사과가 있고, 그 중 한 개의 사과가 썩었을 때, 이 100개의 사과가 썩은 사과라고 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100개 중 한개만 썩었다고 해야 할 것인가. 어떤 사람 한 명이, 썩은 사과인줄 모르고 그 100개 중 썩은 사과 한 알을 먹었다고 하자. 그럼 이 사람에게 그 100개의 사과는 썩은 사과인가 썩은 사과가 아닌가. 남자는 여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가. 여.. 더보기